목련꽃 지다 / 권행은
목련꽃 지다 / 권행은 저 집, 독거노인이 보이지 않는다 목련꽃 져 내리고 조문하듯 비가 지난다 꽃은 새의 깃털처럼 허공에 기대었을 때에도 신의 영역을 탐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맨 땅에 누워 듣는 하늘의 말씀이 희다 툭, 떨어질 때 공기가 잠시 출렁했을 뿐 저 꽃은 첫 번째 고백부터 쪽방 밑에 버려진 마이너리티 뒤척이던 바람이 한 계절 백발이 성성하던 꽃의 외로움을 뒤집고 풍문처럼 누르스름하게 해묵은 발자국도 잠시 석양에 문지른다 한 때 속절없이 눈부시던 봄빛에 하얗게 저항하던 그녀의 몸짓을 그 누가 아름답다고 했을까 붓을 들어 마지막 유서를 쓰듯 혼신으로 써내려간 꽃의 낙화를 안다면 어둑어둑 밤의 담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내리는 한 장 어둠이 이불인 저 독거의 노추(老醜)를 함부로 밟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의 시
2018. 3. 29.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