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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한편의 시

by M.namu 2018. 4. 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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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彼岸(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누워
​한 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 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겨도 떠나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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