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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을 모른다 / 김종제

한편의 시

by M.namu 2018. 4. 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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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을 모른다 / 김종제

 



나는 꽃이 무엇인지 모른다
죽음과 삶을 분명하게 갈라놓고
나를 좀더 들여다보고 싶어
어두운 배경 같은
꽃을 샀을 뿐이다
꽃의 옷을 벗긴 후
물도 주고 불도 주었다
그러나 닫힌 꽃은 눈길 주지 않았다

시들어 가는 꽃을 묶어
여기저기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한 줌 혹은
두세 송이의 육신들이
절반의 소리를 내뱉으며 몰려왔다
죽어가면서도 향기를 팔아야 하는
꽃들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문득
묘지 같은 냄새로 머리가 아팠다

비를 맞아 후들거리는 풀잎 사이로
말라 비틀어진 꽃을
무슨 먹이처럼
땅에게 던져 주었다
사실은 물기를 먹은 후
다시는 나를 슬프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살아있는 것과
꽃피는 것 죽은 것과
꽃지는 것
이 아침에는 그 모든 것이
다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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