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목련꽃 지다 / 권행은

한편의 시

by M.namu 2018. 3. 29. 22:12

본문

 

목련꽃 지다 / 권행은



저 집, 독거노인이 보이지 않는다

목련꽃 져 내리고
조문하듯 비가 지난다

꽃은 새의 깃털처럼 허공에 기대었을 때에도
신의 영역을 탐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맨 땅에 누워 듣는 하늘의 말씀이 희다

툭, 떨어질 때
공기가 잠시 출렁했을 뿐
저 꽃은 첫 번째 고백부터
쪽방 밑에 버려진 마이너리티

뒤척이던 바람이
한 계절 백발이 성성하던 꽃의 외로움을 뒤집고
풍문처럼 누르스름하게
해묵은 발자국도 잠시 석양에 문지른다

한 때 속절없이 눈부시던 봄빛에
하얗게 저항하던 그녀의 몸짓을
그 누가 아름답다고 했을까

붓을 들어 마지막 유서를 쓰듯
혼신으로 써내려간 꽃의 낙화를 안다면
어둑어둑 밤의 담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내리는
한 장 어둠이 이불인
저 독거의 노추(老醜)를 함부로 밟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비 / 김용택  (0) 2018.04.04
새로운 길 / 윤동주  (0) 2018.03.31
개화 / 이호우  (0) 2018.03.28
안도현 / 어둠이 되어  (0) 2018.03.27
산당화 / 김용택  (0) 2018.03.26

관련글 더보기